지동원, 백업 요원으로 존재의 이유는 ‘골’이다

입력 2019-01-23 12:00
지동원(오른쪽)이 2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바레인을 꺾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지동원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번째 백업 요원이다. 붙박이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황의조와 다른 유형의 장점이 있다. 같은 패턴의 공격루트에 적응한 상대에게서 공간을 찾지 못한다면 가장 먼저 꺼내 들어야 하는 카드다. 직접 골을 노리기보다는 다른 2선 공격수와의 연계 능력에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후반 소방수로 교체 투입될 조커로써 필요한 것은 득점이다. 하지만 현재까진 장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활약상만 놓고 봤을 때 벤투호에서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졌다. 188㎝로 장신의 키를 가지고 있으나 제공권에 능한 편은 아니다. 지동원의 머리를 겨냥하고 올리는 측면 크로스는 위협적이지 않다. 석현준과 같은 힘도, 공간을 잘 찾아 들어가지 못해 위기의 상황에서 해결해줄 결정력도 없다. 교체카드로서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2대 1로 진땀승을 거뒀다. 지동원은 이날도 침묵했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득점이 필요했다.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향하는 것은 상대가 원하는 시나리오였을지 모른다. 다음 8강전은 이틀 후인 25일. 결승까지 장기전을 생각하면 정규시간 내에 끝내야 했다. 동점 상황이지만 급한 것은 한국 쪽이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35분, 지동원을 투입했다. 근육 통증으로 교체 사인을 보낸 황희찬 대신이었다.

한국은 황의조와 지동원 투톱 형태의 공격으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지동원이 상대 수비수들과 미드필더진을 끌어내 황의조와 손흥민에게 자유를 줘야 했지만 실패였다. 이날 지동원이 상대 골문을 노렸던 직접 슛은 없었다. 벤투 감독이 지동원에게 바랐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 테다. 지동원은 지난 7일 필리핀전(1대 0 승)을 제외하고 남은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총 68분을 소화한 그가 시도한 슛은 단 1개. 그마저도 상대 수비수 발에 향했다. 직접 골문을 노리지 못하다 보니 득점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한국이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만들어낸 6골 중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필드골은 첫 경기였던 선제골이 전부다. 나머진 황의조의 페널티킥 1골과 세트피스, 크로스 상황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다음 상대인 카타르는 4경기를 치르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팀. 바레인보다 더 어려운 상대다. 공격루트의 다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지동원의 활약이 첫 번째다. 무뎌진 창은 자신의 목을 찌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벤투호 첫 번째 백업 요원으로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