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희생양을 간신히 피해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 1 진땀승을 거뒀다.
기성용이 없는 중원의 핵심은 손흥민이였다. 최전방에 선 황의조 아래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며 사실상 프리롤 형태로 자유롭게 누볐다. 예상대로 바레인은 잔뜩 내려앉는 수비 지향적 경기운영을 했다. 강력한 지역방어로 손흥민과 황의조를 꽁꽁 묶었다.
손흥민의 장기가 가장 위력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은 상대 측면수비 뒷공간이 열릴 때다. 강도 높은 전방압박으로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했던 팀들에게 그가 유독 강했던 이유는 그래서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그러한 장점이 발휘되기 힘들다. 소속팀 토트넘에선 해리 케인에게 분산됐던 수비까지 자신에게 집중된다. 무엇보다 동아시아나 중동권 팀들은 한국과 공격 대 공격 맞불을 놓길 꺼린다. 대체로 자신의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일대일 대인방어 체제를 유지하며 중앙 밀집 수비 형태를 구성한다. 수비 뒷공간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객관적 전력상 약체인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손흥민의 득점이 터지기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손흥민의 마지막 A매치 득점은 지난해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 마지막이다. 벤투호에선 아직 데뷔골을 쏘아 올리지 못했다. 바레인도 손흥민에겐 어려운 상대였다.
전반전 손흥민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2선에서 호흡을 맞춘 황인범, 정우영과의 연계를 통해 상대의 거센 압박 속에서도 황의조에게 조금이나마 공간을 내주고자 분투했다. 체력적 한계가 온 탓일까. 후반 들어 볼 터치에서 실수가 연발됐다. 한국의 실수만 기다리고 있던 바레인 수비수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빠르게 역습으로 전개했다. 고립된 손흥민은 백패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손흥민의 전진 패스 중 위협적이었다 할 장면은 전반 이용에게 내준 페널티지역 아크에서의 패스가 전부였다.
이날 바레인전에서 시도한 크로스는 총 35개. 중앙에서의 공격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다. 이용과 홍철, 양 측면 풀백이 올린 크로스에 대부분 공격루트가 집중됐다. 바레인의 미로슬라프 스쿠프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적 키는 적중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원한다면 손흥민과 황의조 외에 또 다른 공격루트를 찾아내야 한다.
손흥민 역시 어려운 경기였음을 인정했다. 경기가 끝난 후 “수비적인 팀은 뚫기 어렵다. 선수들도 노력했지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실수를 복기했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항상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