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될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이 최근 10억달러(약 1조 1315억원)에 유효기간 1년의 안으로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MA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 동맹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된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전날 오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우리 측 강경화 장관이 전화통화를 했고, 그 계기에 방위비 문제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 수장이 주한 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연관된 SM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직접 소통을 하고 있음을 외교부가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당초 23~2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만나 SMA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상태로 미국 대표단의 다보스 포럼 참석이 취소되면서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은 불발됐다.
외교부는 미국 측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 21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SMA 협상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강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양측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며 “(미국 측이 요구하는) 자세한 액수를 밝혀드리긴 어렵지만 이견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부담할 수 있고 합리적이며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안이 타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SMA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동맹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에서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말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SMA 타결을 촉구했다고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10억달러에 유효기간 1년의 내용이 담긴 안을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며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한화로 1조원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다년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 간 치열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해리스 대사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간이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언급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결국 ‘돈 문제’ 때문에 한·미 동맹이 더욱 훼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