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잃어버린 카메라 렌즈 3년만에 찾았지만…

입력 2019-01-22 17:35 수정 2019-01-22 17:41
해당 이미지는 본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국민일보DB

김모(31)씨는 지난 1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로부터 2016년 자신이 잃어버린 카메라 렌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경기도 안양시 안양역 인근에서 카메라 렌즈(당시 가격 110만원)를 분실하고 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에 분실 신고를 했다. 김씨는 혹시 몰라 해당 카메라 렌즈를 취급하는 서울 중구의 S사진기자재 도소매 업체에도 렌즈 시리얼 넘버를 등록했다. 자신의 렌즈가 거래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렌즈는 배모(34·서울 금천구)씨가 지난 15일 S업체를 찾으며 3년 만에 등장했다. 배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5만원에 구입한 렌즈와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카메라의 호환이 맞지 않아 렌즈의 업그레이드를 의뢰하기 위해 방문했다. S업체는 렌즈의 시리얼 넘버를 확인하던 중 김씨가 분실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실물 취급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결과 해당 렌즈는 김씨가 분실한 이후 최소 3번 이상의 판매 과정을 거쳐 배씨의 손으로 들어왔다. 경찰관계자는 “현행 법에 따르면 수사를 통해 최초로 렌즈를 훔치(절도죄)거나 습득(점유이탈물횡령죄)해 거래한 범인을 찾아 죄를 묻는다 해도 소유권은 김씨가 아닌 배씨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건을 분실한 김씨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기태(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배씨가 장물인지 모르고 샀을 경우, 즉 선의로 렌즈를 취득했음을 입증한다면 카메라 렌즈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며 “김씨의 경우 범인이 잡히면 범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렌즈 값을 받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재승(백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3번이나 거쳐 배씨가 구매했다면 선의취득이 성립 안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김씨는 범인이 잡히고 형사절차가 끝난다 하더라도 3~4달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을 거쳐야 카메라 렌즈 값과 일부 위자료를 범인에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렌즈를 소유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백 변호사는 “배씨가 구입에 앞서 렌즈의 시리얼 넘버를 조회하고 장물임을 확인 했거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보고 장물임을 의심할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면 김씨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배씨에게 55만원을 지불하고 반환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수사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렌즈는 현재 S업체 측이 보관하고 있다. 배씨는 “도난품 딱지를 떼야 수리를 받을 수 있어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취미생활을 즐기려고 산 제품에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