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원이 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1일 대구를 찾았다. 보수의 아성(牙城) 대구에서 한국당 당권 도전의 첫발을 뗀 것이다.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 “병역 문제는 검증이 끝난 일” 등 평소 화법과 다른 적극적인 발언을 통해 ‘여의도 정치’에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구의 한국당원들은 입당한 지 1주일 된 신참 평당원을 ‘왕 당원’ 대하듯 환대했다.
황 전 총리는 오전 10시30분 대구 상공회의소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지역 경제인들에게 “대구는 산업화 시대의 중심지였는데, 지금은 다른 지역보다 특히 더 경기가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우리 경제정책은 어디로 갔는지 경제가 실종되고 민생은 파탄 지경”이라며 현 정부를 비판한 뒤 “자유우파의 힘을 합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택시를 타고 오전 11시부터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당 여성정치아카데미 행사로 이동했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대구시당 한 관계자가 “TV로 보던 것보다 젊다”고 말을 건네자 “나 원래 젊은 사람이에요”라며 웃었다. 행사장에는 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먼저 도착한 당권 주자들이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었다. 황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에 김 의원은 “전당대회 같다. 나는 강원도 ‘감자바우’지만 너무 괄시하지 마시라”는 농담을 던졌다.
단상에서 행사가 진행 중일 때도 황 전 총리 자리 주변으로는 그와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결국 진행자가 “마, 다 들어가이소, 진행이 안 되네”라며 자제를 시켜야 했다.
황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 여부 질문을 받고 “국민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결정을 하겠다”고 답했다. ‘대여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통진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 그 말로 대신하겠다”고 응수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황 전 총리의 병역 면제 문제를 꺼낸 데 대해선 “이미 검증이 다 끝난 일”이라며 “네거티브를 위한 네거티브는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는 다시 경북도당으로 옮겨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 당원이 “대구·경북에서 생각보다 황교안 바람이 안 일어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바람이 불기보다는 우리 국민의 마음이 따뜻하길 바란다. 바람을 맞기보다 마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박수를 받았다.
특히 “피란민의 아들인 저에게 대구는 제2의 고향과도 같다” “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란 곳이고, 뜻을 펼친 곳이다. 정말 이곳에서부터 무너져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등의 보수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이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경남 지역 산업현장을 돌아보고 부산시당을 찾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조우해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대구=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