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코치가 미성년 선수 상습 성추행… 지금도 버젓이 활동”

입력 2019-01-22 11:22 수정 2021-03-15 14:01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빙상계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와 성폭력 피해 선수가 나눈 메시지 화면 자료를 들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와 손혜원 의원은 이날 빙상계 성폭력 사건을 폭로하며 전 교수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빙상인연대(젊빙연)’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빙상계 성폭력 사건 폭로는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와 손 의원은 조재범 전 코치 사건 외에도 5건의 성폭력 사건을 추가로 확인했지만, 이를 은폐하려 하는 전 교수 때문에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별다른 제재와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빙상계에서 버젓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21일 미성년자 시절 한체대에서 코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선수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손 의원은 “여자 빙상선수 A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한 코치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 당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가해 코치는 훈련 중 자세 교정을 핑계로 강제로 스킨십을 했고, 단둘이 만나자는 제안을 A씨가 거절하면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의도적으로 개입하며 A씨를 방해했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A씨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를 벗고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고 했다.

피해 선수는 빙상장을 떠났지만, 가해 코치는 아직도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관련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젊은빙상인연대는 “피해자는 침묵하고 가해자가 승승장구한다”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전명규 사단’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박지훈 자문 변호사는 “전 교수와 성폭력 가해자·은폐 세력이 한체대를 장악했다. 빙상연맹은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손 의원도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전 교수에 있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B씨와 전 교수가 나눈 메시지 캡처 화면을 증거로 제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B씨는 전 교수에게 “저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백 번씩 하고 잠도 못 자는 데 가해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요?”라며 “이 상황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그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건 은폐에 개입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가해자를 감싸는 빙상계 주류의 태도 때문에 피해 선수들이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젊은빙상인연대가 확인한 성폭력 사건은 총 6건이지만, 심석희 외 다른 선수들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손 의원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빙상계를 떠나게 될까봐 걱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 및 한체대에 대한 감사,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총사퇴 등을 촉구했다. 더불어 전 교수가 대한항공에 지인 자녀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추후보도문>

국민일보는 2019년 1월 21일 인터넷 홈페이지와 1월 22일자 11면에 <한체대 코치가 미성년 선수 상습 성추행… 지금도 버젓이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여자 빙상선수 A가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코치로부터 강제로 스킨십을 당하는 등 수차례 걸쳐 성추행 당했고, 단둘이 만나자는 제안을 A가 거절하면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A씨를 방해하였고, 이로 인해 A씨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를 벗고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수사 결과 A씨 등이 해당 코치로부터 폭행 및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수차례 진술한 점, 폭행이나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피의자의 진술, 피의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교육부 담당자의 진술 등을 근거로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019년 4월 11일 사건을 각하했습니다. 아울러 피의자는 검찰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 대한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