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축구대표팀이 23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냐안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2019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중동 축구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두 팀의 맞대결이다.
카타르의 상승세가 무섭다. 2022 월드컵 개최국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우고 있다. 조별리그 E조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토너먼트에 올랐다. 전적보다 훌륭한 것은 내용이다. 3경기를 치르며 10골을 몰아치는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본선 진출 24개국 중 조별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돌풍의 주역은 알모에즈 알리(23·레퀴야). 대회를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며 벤투호에서 낙마한 남태희의 소속팀 동료기도 하다. 조별리그에서 무려 7골을 기록하며 팀 득점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카타르 공격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조별리그 시작이던 지난 10일 레바논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4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2대 0 승리에 앞장섰다. 이후 북한과의 2차전에선 전·후반 각각 2골씩 총 4골을 폭발해 6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아시안컵 사상 한 경기 4골을 기록한 선수는 알리를 포함해 5명뿐이다.
알리는 E조 1위 결정전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후반 35분 승부를 가른 쐐기골을 터뜨려 멀티골을 완성했다. 알리의 활약 덕에 카타르는 사우디를 2대 0으로 격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우승 후보로 평가되는 일본과 마주할 상황도 피할 수 있었다.
아시안컵 사상 최다 골은 알리 다에이(이란)가 1996년 대회에서 기록한 8골이다. 당시 다에이는 3·4위전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해 사상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알리는 조별리그만 소화하며 이에 거의 근접했다. 무엇보다 결정력이 놀랍다. 7골을 만들어내는 동안 그가 시도한 슛은 단 7차례. 슛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알리가 다에이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리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엘도르 쇼무라도프(4골)에 3골이나 앞서고 있는 만큼 대회 득점왕도 유력하게 평가된다.
카타르에 완패를 당한 사우디는 지난 1일 한국과 평가전에서 0대 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강호다. 한국으로서도 카타르가 쉽지 않은 상대란 뜻이다. 만일 카타르와 한국 모두 16강을 통과하면, 대진상 8강에서 마주하게 된다. 한국이 22일 바레인전을 승리로 마치면 벤투 감독은 곧바로 카타르 경기를 지켜보며 분석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대표팀과 FC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사비 에르난데스는 이번 대회 우승팀으로 카타르를 지목한 바 있다. 사비의 예측대로면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를 만나 대회를 마감한다. 당시 사비가 우승팀으로 카타르를 지목한 것에 대해 ‘안으로 굽은 팔’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사비가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을뿐 아니라 2022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 축구 조직위원회에서 글로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위로만 놓고 본다면 사비의 예측이 단순한 말치레만은 아니게 됐다. 카타르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