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내준 일본, 색깔 버리고 승리 챙겼다

입력 2019-01-22 08:27 수정 2019-01-22 10:21
일본 선수들이 21일(한국시간)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알부라예크를 막아서고 있다. AP뉴시스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21일(한국시간)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 일본이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대 0으로 꺾고 8강에 안착했다. 부실한 경기력과 오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성적은 완벽하다. 조별리그부터 4전 전승이다.

23.7%. 이날 사우디를 상대한 일본이 기록한 점유율이다. 점유율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일본이 아닌 사우디로 착각했을 법하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오밀조밀하게 풀어가는 점유율 축구는 일본축구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신장과 힘을 갖춘 공격수가 드물다 보니 자연스레 어렸을 적부터 롱볼보다는 숏패스의 플레이를 배워왔다. 지난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패스를 기록한 팀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보였던 허술한 측면 수비를 의식한 탓이었을까. 이날만큼은 달랐다. 사우디전에선 평소와 전혀 다른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평소 즐겨 썼던 4-2-3-1 포메이션이 아닌 대신 4-4-2를 들고 나왔다. 잔뜩 내려앉는 수비 지향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사우디는 전반전 점유율 70%를 기록하며 일본보다 훨씬 많은 5개(유효 1개)의 슛을 기록했으나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깨뜨리지 못했다. 일본은 계속 움츠려있다 전반 20분 코너킥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며 결승 골을 기록했다. 시바사키 가쿠가 올린 왼쪽 코너킥을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깔끔한 헤딩으로 마무리해 골문을 열었다. 그들의 전반전 유일한 슛이었다.

선제골을 기록하자 일본의 밀집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다. 후반 역시 전반과 비슷한 양상이 계속됐다. 사우디는 후반에도 7대 3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볼을 가지고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5백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조직력을 갖춘 일본의 수비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일본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무토 요시노리와 미나미노 다쿠미까지 최후방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한 점 차 리드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고 뒷문을 효과적으로 잠갔다.

사우디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북한과 1차전에서 4골, 이후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2골을 넣었을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으로 무장한 팀이다. 2골을 넣은 파드 알 무왈라드를 비롯해 골망을 흔든 선수가 5명에 달할 정도로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타이트하게 세로 간격을 유지한 일본의 수비진 속에서 공간을 찾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모리야스 감독은 승리의 키포인트로 ‘인내심’을 꼽았다. 그는 “사우디가 공격력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은 공격을 하고 싶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수비에 집중했고, 무실점을 할 수 있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