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24개국 중 ‘24위’… 북한 축구, 변화가 필요하다

입력 2019-01-22 07:59 수정 2019-01-22 10:30
김용준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뱅크

8년 만에 참가했지만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 정일관, 박광룡, 최성혁까지 자랑하는 차세대 선수들로 무장했지만 비좁은 아시아 무대 안에서도 높은 벽만 실감했다. 지난해 노르웨이 출신 욘 안데르센 감독이 물러난 뒤, 30대 중반의 김영준 감독이 팀을 맡고 유럽 팀 선수들도 늘면서 선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 참가했던 북한 축구대표팀 얘기다.

24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북한의 순위는 24위. 즉 꼴찌다. 23위 예멘, 22위 투르크메니스탄보다 순위에서 밑으로 갔다. 북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비력이다. 레이스의 시작이던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1차전에서 0대 4로 완패했고, 카타르와 2차전에서 무려 0대 6으로 무너졌다. 마지막 레바논과 3차전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으나 1대 4로 또 다시 패배했다. 선제골을 기록하며 무득점 행진을 끊는 데 만족해야 했다. 1골 14실점. 그들의 득실에서 초라한 성적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북한 호날두’로 불리는 한광성의 활약이 아쉬웠다. 한광성은 대회를 앞두고 아시안컵 스타가 될 유망주로 외신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고 있는 만큼 북한 축구가 자랑하는 공격의 핵이었으나 이번 대회에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사우디전에선 전반 44분 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고, 2차전엔 출전하지 못했다. 레바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위력적인 슛 한 번 때리지 못했다. 공수 밸런스에서 완벽하게 무너진 북한은 중동 축구에 속절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던 북한 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변화하는 세계 축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그들의 전술적 조직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유럽파 공격수들도 무장했지만 팀은 하나가 되지 못한 채 분열됐다. 2007년과 2011년, 2015년 등 3차례 U-20 월드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북한은 오는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본선 진출권도 지난해 예선 때 홍콩에 밀려 놓쳤다. 더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면 지도자와 코칭스태프 등 인프라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기술을 교류해야 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북한 축구의 추락을 알리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