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정우성의 인간미x김향기의 순수함, 그 무거운 울림

입력 2019-01-21 18:45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가 주연한 이한 감독 신작 '증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닫혔던 마음을 열면 감춰져 있던 것들이 보인다. 이를테면 웃는 얼굴에 가려진 못된 마음, 편견에 가려진 본질, 거짓에 가려진 진실 같은. 영화 ‘증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따사롭게 날아와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2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증인’은 서로를 통해 한 발짝 성장하는 변호사와 자폐 소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주인공 순호(정우성)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승진 기회가 걸린 살인사건의 승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는데,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지우와의 소통이 쉽지만은 않다.

전반부에는 두 사람의 감정을 쌓는 드라마에 집중한다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법정물로서의 성격이 짙어진다.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감정들은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는 과정에서 간질간질 꿈틀대다 끝내 무거운 울림으로 폭발한다.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도리, 나아가 좋은 사람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순호가 지우, 그리고 아버지(박근형)와 나누는 감정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 따뜻함을 한참 느끼면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내면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담고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해보고 싶단 욕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기 인생 중 가장 원 없이 자유롭게 연기한 캐릭터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절제하지 않고 원 없이 감정 표현을 했다. 지우, 그리고 아버지와의 관계 안에서의 순수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 전작들에선 상대와의 감정 교류를 들키지 않게 만들어진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엔 순수하게 더 많은 리액션을 할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김향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준비된 파트너였고 나이게 큰 영감을 준 상대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정우성은 “향기씨와의 호흡은 너무나 좋았다. 아주 큰 동료와 함께 마주하고 연기한 듯한 든든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좋은 경험을 나눈 파트너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화 '증인'의 배우 정우성 김향기, 이한 감독(왼쪽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향기는 자폐 증상이 있으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지우를 사랑스럽게 연기해냈다. 그는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주어진 상황마다 지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표현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촬영에 들어가니 심적 부담감이나 긴장감, 떨림이 덜어졌다”고 전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 극 중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정우성은 “세상을 책임져야 하는 다음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질문인 것 같다. 기성세대들에게는 ‘과연 우리는 정당한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그 말이 더 크고 무겁게 와닿았다”고 얘기했다.

이한 감독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의 상처를 보듬는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 왔다. 신작 ‘증인’ 역시 다르지 않다. 이 감독은 “어린 친구들은 대체로 편견이 적고 순수하지 않나. 눈에서 다 나타난다. 상대방을 쳐다볼 때나 웃고 있을 때. 그런 모습을 보면 어른으로서 부럽기도 하고 힐링을 얻는다. 그 느낌이 참 좋다”고 했다. 오는 2월 13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