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택시를 향한 부정 여론을 활용하라’는 내부 문건을 국토교통부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지난 14일 이후 지난 시간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침묵 중이다. 국토부가 보도 직후 해명자료로 “부처 내에서 논의 및 보고된 바 없다. 만약 부적절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다.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비공식적으로 “해명 내용의 행간을 보면 문건 존재를 부정한 게 아니다. 해당 문건은 실무진이 낸 여러 의견 중 하나일 뿐 실·국장급으로 보고가 올라가지 않아 국토부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무진 개인 의견이 부처 업무보고 자료에 담겼다는 것이다. 보고 체계에 따라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걸러질 내용이라 국토부 차원에서 책임을 질 사안이 아니라는 뜻도 담겼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유출책임자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실무진에 인사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 책임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있다고 보고, 조사 후 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선 국토부로 직원을 파견해 공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자료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직원들도 열람할 수 있도록 공유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문건이 유출됐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국토부의 이런 ‘꼬리자르기’ 행보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이후 기재부가 취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KT&G 사장 교체 과정에 정부가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동원했다”고 폭로했었다. 그러자 기재부는 기업은행에서 자료가 유출됐다고 보고 유출 책임자가 누군지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직 사회에선 폭로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정부부처 차원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먼저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부처의 정책 결정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국토부는 신 전 사무관 폭로 사태를 보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을까. 국토부가 택시-카풀 갈등을 정부에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논의하는 동안 한국에 공유경제를 꽃피울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김현미 장관이 나서야 할 때다. 공유의 물결이 대한민국에 흐를 수 있도록 책임있는 행동이 나와야 한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