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 일본이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21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 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갖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다.
일본은 조별리그 F조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기록처럼 완벽하지 않았다. 졸전을 거듭했고, 진땀승이 이어졌다. 지난 9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1차전이 그 시작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7위의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로 꼽혔다.
결과는 3대 2 승리. 일본은 대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다 힘겹게 신승을 거뒀다. 일본의 후방 빌드업은 잇따라 불협화음을 보이며 허물어졌고 수비적으로 나온 상대에게서 공간을 찾지 못했다. 상대가 기록한 두 개의 득점 역시 비슷한 패턴의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투르크메니스탄에 측면 역습을 계속 허용했다. 가장 자신 있는 짧은 패스로 중앙을 완전히 선점하려 했으나 이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적 수는 실패였다.
13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오심 논란이 불거졌다. 전반 25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었지만, 상대에겐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박스에서 나가토모 유토의 손에 공이 맞았지만 심판은 보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VAR)이 있었다면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것은 자명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VAR은 8강부터 적용된다.
나가토모는 경기를 마친 뒤 “공이 팔에 맞았지만 VAR이 없어 다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좋았다. VAR이 있었다면 핸드볼 파울이 됐을 것이다. 몸을 던졌는데 팔에 맞았다. 조심해야 했다”고 인정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17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문제는 반복됐다. 2대 1로 승리했지만, 선제골을 내주며 초반 경기 주도권을 상대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힘겨운 승리였다.
사우디는 이란과 함께 중동 축구를 양분하는 강팀이다. 한국, 일본, 이란, 호주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도 ‘빅 5’로 불리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1일 토너먼트 반대편 대진에 있는 한국과 최종 평가전을 치러 0대 0으로 비기기도 했다. 일본에도 어려운 상대다.
일본은 앞선 경기에서 반복됐던 허술한 측면 수비를 복기해야 한다. 사우디는 북한과 1차전에서 4골, 이후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2골을 넣었을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으로 무장한 팀이다. 2골을 넣은 파드 알 무왈라드를 비롯해 골망을 흔든 선수가 5명에 달할 정도로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게다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역전을 견인한 오사코 유야가 엉덩이 통증, 중원 자원인 아오야마 토시히로가 오른무릎 통증으로 선발 출전이 불투명하다.
조별리그에선 행운도 있었지만 졸전을 반복하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토너먼트는 실수 한 번으로 곧 탈락할 수 있는 낭떠러지와 같다. 선수들 역시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의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으며 이번 대회 공격을 이끄는 도안 리츠는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별리그를 돌아보면 이겼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경기는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득점을 해야 한다. 내가 팀의 우승을 짊어졌다는 생각으로 더욱 욕심을 낼 것이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는 이미 8강에 선착한 베트남과 24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