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정상탈환이라는 출사표를 내걸고 시작한 벤투호의 시작은 밝아 보인다. 2019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아시안컵 24강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3전 3승을 기록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손흥민의 컨디션 역시 문제가 없다. 소속팀 토트넘부터 시작된 강행군으로 체력문제가 우려됐지만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중국전에서 팀의 2대 0 완승을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성적과 달리 내부사정은 그렇지 않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기성용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을 전하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뛸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 무대로 점쳐졌던 아시안컵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기성용은 21일 오전 소속팀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돌아가기 위해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벌써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정예요원들이 7명이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나상호가 대회 시작 직전 무릎 부상으로 가장 먼저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기성용마저 중도 하차했다. 여기에 중앙 수비수 권경원 역시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재활에 매진 중이며, 이재성의 몸 상태도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부다비로 전지훈련을 온 직후 정승현과 홍철, 김진수 역시 훈련 도중 다쳐 부상자로 가세한 바 있다.
기성용은 트레이너와 함께 18일까지 정상적으로 팀 훈련에 참여했다. 부상 부위 검사 결과 곧바로 재활 프로그램에 돌입해도 된다는 대표팀 의료진의 판단 탓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19일 오후 늦게가 되서야 재검사를 해 아시안컵 아웃판정을 받았다.
기성용뿐만이 아니다. 이재성 역시 팀 훈련에 합류했다가 다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재성은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다쳤다. 하지만 지난 14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근육 미세 손상이 발견됐다. 애초 다쳤던 곳과는 조금 다른 부위였다. 발가락 부상으로 인해 1차 정밀검진을 받은 후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재검진을 받은 결과 또 다른 부상이 발견된 것이다. 대표팀 의료진들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다.
1주일 후 상태가 호전되면 이재성은 그다음 단계인 재활 치료에 돌입한다. 그동안 훈련을 하지 못한 만큼 경기 체력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회 결승전이 다음 달 2일 폐막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재성의 남은 경기 출전은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상호와 달리 경기 일정이 이미 시작된 이상 더 이상의 명단 교체는 불가능하다. 기성용과 이재성이 쓰러지며 벤투호는 사실상 21명으로 토너먼트 일정을 소화하게 된 셈이다.
기성용을 제외하면 근육과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던 선수들은 모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리그 소속 선수들. 시즌이 끝난 상황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곧바로 맹훈련에 돌입해 근육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별 맞춤 훈련 프로그램과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아시안컵 정상탈환에 나서는 벤투호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