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박항서 매직…베트남, 요르단 꺾고 8강 진출

입력 2019-01-21 07:48 수정 2019-01-21 10:29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승부차기 끝에 경기에 승리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성공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은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간 1-1로 비겼으나, 승부차기에서 4대 2로 승리하며 8강행의 주인공이 됐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꺾으며 B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혔던 상대인 만큼 페어 플레이 점수까지 따진 끝에 가까스로 16강에 합류한 베트남으로선 쉽지 않은 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차를 인정했다. 베트남은 이날 수비에 좀 더 무게를 둔 채 요르단을 상대했다. 포백 수비로 나섰으나 공격 기회를 내줬을 경우 응우옌 꽁프엉과 응우옌 꽝하이만 하프라인 윗선에 머무르며 잔뜩 내려앉았다. 5명의 수비수가 라인을 형성하며 최대한 공간을 내주지 않는 데 주력했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것은 요르단 측이었다. 야신 바키트와 바벨 압델 라흐만을 중심으로 공격의 고삐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선제골은 요르단이 가져갔다. 전반 39분, 라흐만이 절묘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골키퍼가 몸을 던졌으나 공을 막아내진 못했다. 베트남은 도안 반 하우, 도 훙 중의 중거리 슛으로 기회를 엿봤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박항서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요르단의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박 감독은 0-1로 전반을 마치자 공격적인 수를 빼 들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잔뜩 라인을 끌어올렸다. 다행히 기대했던 만회 골은 이른 시간 터졌다. 후반 시작 6분 만에 응우옌 트릉 호앙의 크로스를 꽁프엉이 넘어지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수비 뒷공간을 향하는 날카로운 크로스와 마무리 능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박 감독의 지시 하에 움직였던 베트남의 전술적인 득점이었다.

동점골 이후 흐름은 베트남의 몫이었다. 후반 15분에는 꽝하이의 침투 패스를 받은 판 반 득이 골키퍼를 피해 슛을 했으나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전 수비수가 걷어냈다.

정규시간 더 득점을 내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서마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그들의 운명은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 직전 박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어깨를 토닥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 감독과 선수들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승리의 여신은 베트남의 손을 들어줬다. 베트남은 초반 3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넣었다. 반면 요르단은 두 번째 키커 바하 세이프의 슛이 골대를 때린 데 이어 세 번째 키커 아마드 살레흐의 슛마저 골키퍼에 막혀 고개를 숙였다. 베트남은 마지막 키커 부이 티엔 둥의 성공으로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21일 펼쳐질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의 승자다.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올라올 경우, ‘장외 한일전’으로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베트남이 무사히 결승까지 오르면 마지막 만나게 될 운명의 맞대결 상대는 반대편 대진에 속한 한국이 유력하다. 쉽진 않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란이 같은 대진 라인에 속해 있다. ‘박항서 매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