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꽃피기 시작한 대기만성형 정글러

입력 2019-01-21 00:00
한화생명은 2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세트스코어 2대0으로 꺾었다. 라이엇 게임즈

그간 LCK에서 ‘미완의 대기’ 중 하나로 꼽혔던 한화생명e스포츠 정글러 ‘보노’ 김기범이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실전 무대에서 유독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기범이다. 그랬던 그가 “후회 없는 시즌을 치르겠다”는 각오로 올봄 활약을 자신했다.

한화생명은 2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를 세트스코어 2대0으로 꺾었다. 한화생명은 2승0패(세트득실 +3)을 기록, 단독 5위에 이름올 올렸다.

지난해 12월 LoL KeSPA컵 당시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이다. 당시 한화생명은 아마추어팀인 KeG 서울에 1대2로 역전패, 대회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다. LCK팀이 아마추어에 패한 건 이들이 최초였다.

충격은 쓰디쓴 약이 됐다. 아프리카전 이후 국민일보와 만난 김기범은 “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과거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고, 다들 절실했던 친구들이다. KeSPA컵 패배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게 더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반등 원인을 밝혔다.

김기범은 늘 솔로 랭크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반면 실전 무대에서는 잠재된 기량을 오롯이 발휘하지 못해왔다. 항상 긴장이 문제였다. 김기범은 “KeSPA컵때도 대회 시작 전부터 긴장했다. 그래서 제 실력을 못 보여드렸다”고 지난해 12월을 회상했다.

지금도 실전 무대 적응이 끝난 건 아니다. 시즌 첫 경기였던 kt 롤스터전 때까지만 해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선발 출전했지만 자크로 1킬 4데스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탯 이상으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그랬던 그를 살아나게 만든 건 굳건한 신뢰를 보낸 강현종 감독이었다.

“제가 대회에서 제 기량을 못 보여준다는 건 감독님도, 코치님도 알고 있다. 그날 1세트에도 많이 긴장해 부진했다. ‘이제 교체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믿고 기용해주시더라.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긴장이 풀렸고, 더 잘 해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이후 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날도 1세트 초반 바위게 싸움에서 전사하며 휘청였다. 하지만 끝까지 공격적인 플레이 기조를 유지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거기서 위축된다면 팀원들까지 질 것 같았다. 죽은 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범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는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올 시즌 목표로 설정한 그는 “그동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다. 앞으로는 실망하지 않게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팬들에게 전했다.

그런 김기범의 다음 상대는 ‘타잔’ 이승용이다. 한화생명은 오는 23일 그리핀과 붙는다. 김기범은 ‘정글의 왕’과의 맞대결에 대해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수”라면서도 “게임에 들어가면 선수 대 선수다. 주눅 들지 않고 제 스타일 대로 플레이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