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때와는 판이한 ‘로키 행보’… 北·美 극도로 신중

입력 2019-01-20 20: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으며 미소짓고 있다. 댄 스캐비노 트위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박3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 중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머물며 외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뉴욕 마천루에서 스테이크 만찬을 하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등 각종 이벤트로 떠들썩했던 지난해 5월 말 1차 방미 때와 다른 ‘로키’ 행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김 부위원장 접견 이후에도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 부위원장은 19일 낮 12시40분쯤(이하 현지시간) 숙소인 워싱턴 듀폰서클 호텔을 나섰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미국 측이 제공한 경호 차량을 타고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과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등 인사들의 환송을 받은 김 부위원장은 오후 3시50분쯤 중국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818편을 타고 떠났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로 환승해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을 간 것을 제외하고는 호텔 안에서만 머물며 두문불출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과 오찬 회동도 모두 호텔 내부에서 이뤄졌다. 김 부위원장은 호텔을 출입할 때 정문이 아닌 건물 뒤편 화물용 쪽문만 이용했다. 김 부위원장이 호텔 로비에 나타난 건 덜레스 공항으로 가는 차량에 타기 위해 정문을 이용했을 때가 유일하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차 방미 당시엔 도착 첫날부터 뉴욕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스테이크로 만찬 회동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창밖에 펼쳐진 뉴욕 마천루를 돌아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국무부는 트위터와 언론 브리핑, 사진 등을 통해 김 부위원장의 행보를 즉각 공개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는 김 부위원장 관련 일정을 거의 홍보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부위원장과 만난 이후에도 북한 관련 트윗을 전혀 올리지 않았다. 기자들과 만나 “(김 부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국장은 19일 오후 8시쯤에야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떠난 지 약 4시간 만이었다. 스캐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폼페이오 장관,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등 북·미 양측 인사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김 부위원장과 미국 측의 태도는 이번 회동이 이벤트성보다는 실무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멕시코 국경장벽 갈등으로 인한 셧다운(연방정부 업무정지)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