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운전자가 중고차를 새차로 속여 팔았다고 주장하며 외제차 전시장 앞에서 5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자동차를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려 부쉈다.
하지만 해당 외제차 회사는 “서류상 아무 결함이 없는 새차가 틀림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일 오후 2시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포드 자동차 전시관 앞에서 2017년식 익스플로러 차주 장모(52)씨는 자신의 차량 곳곳에 난데없이 소주를 뿌렸다.
대형 SUV 차량인 자신의 자동차를 때려 부수기 전 마지막 의식절차나 다름 없었다.
“그동안 정들었는데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소주 한 잔 대접하마”
장씨는 자동차에게 미안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소주를 부은 것이었다. 병에 남은 소주 몇 모금을 목에 털어 넣은 장씨는 트렁크에 있던 야구방망이로 운전석 유리창을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보닛을 내리치고 전조등을 깨부순 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분신처럼 아끼던 자동차 곳곳을 거침없이 때려 구겼다.
대형 자동차의 수난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장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게 된 사연이 못내 궁금해졌다.
‘가성비가 좋다’는 주위의 권유로 2017년 5월 전주 포드 전시장에서 익스플로러 차량을 산 장씨는 새차를 몰고다니는 기분에 들떠 나들이가 잦아졌다.
그것도 잠시...장씨는 이듬해 4월 트렁크에서 물이 바닥으로 흥건히 새는 것을 발견했다.
정비소에 들른 장씨는 “차에 수리한 흔적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품 교환 한번 하지 않은 새차인데 그럴 리 없다”고 이내 돌아섰지만 장씨는 차량 곳곳에서 출고 이전에 수리를 받은 것처럼 짐작되는 흔적이 잇따라 나오자 “혹시 중고차를 속여 판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감출 수 없었다.
익스플로러의 지붕인 루프 캐리어 부분에는 흰색 페인트가 더러 묻어 있었고, 트렁크 가장자리에는 도장 후 제거하지 않은 마스킹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트렁크 문 양쪽 간격도 차이가 확연해 장씨는 심증을 굳혔다.
이에 장씨는 국가기술자격을 가진 기술법인에 차량의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차량의 점검상태를 평가한 결과, 뒷도어 내측 상단 부분에 대한 도장 수리가 사전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장씨는 포드 측을 사기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포드 본사가 제출한 차의 이력을 살펴보면 수리 차량이나 중고차라고 볼 만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고 장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와 변호인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재정 신청까지 내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은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재정 신청을 기각했고 장씨는 더 이상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결국 이날 자신의 애마를 부순 장씨는 “전문가들이 수리 차량이라고 감정했는데 왜 법원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지 답답하다”며 울분을 토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포드 코리아 측은 장씨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사실과는 명백히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드 코리아 관계자는 “장씨에게 판매한 차량은 수리나 결함 이력이 없는 새 차가 맞다. 검찰과 법원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류를 제출했고 그 결과 문제가 없다는 최종 법적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드 코리아는 21일 “장씨는 전주지점이 중고차를 신차로 속여 판것이라고 수개월동안 분쟁을 일으키고 사기죄로 고소를 하기도 했지만 사법당국에서 무혐의와 재정신청 기각으로 결론나자 야구방망이를 든 것”이라며 “그동안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딜러사와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법원의 요청에 충실히 응했다”고 밝혔다. 포드 코리아 측은 또 “고객의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포드코리아는 보도된 바와는 달리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를 제공하고 있다”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앞서 2015년 9월 광주에서는 2억원이 넘는 벤츠 승용차를 A씨가 “주행 중 시동이 자주 꺼지는 데도 새차로 교환해주지 않는다”며 화정동 벤츠 전시장 앞에서 골프채로 마구 부숴 전국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차주 A씨가 사용기간에 해당되는 차량가격 하락분과 벤츠의 외관 복구비 일부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2016년식 신모델 새차로 교환해줬다.
골프채로 훼손된 해당 벤츠 차종인 S63 AMG 4MATIC은 회사 측이 엔진 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 결함을 인정해 2013년 5월13일부터 2015년 9월18일까지 제작된 승용차에 한해 이듬해 리콜 조치를 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