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직후 백악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쯤(near the end of February)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정확한 개최 시기와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면담을 “생산적(productive)”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압박과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김영철 회동’의 성과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간표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기류가 더 많이 감지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정확한 개최 시점과 장소는 뒤로 미뤄졌다. ‘트위터 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나 김 부위원장 면담 사실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북한의 2인자가 백악관을 찾았는데도 미국이 대북 압박과 제재 유지를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로이터통시는 “북·미 간 간극이 좁혀졌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면담 결과에 대해 긍정론과 회의론이 교차한다. 북·미가 교착상태를 뚫고 직접 만나 2차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에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라는 ‘비핵화 빅딜’을 놓고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은 김영철 면담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점과 장소에 대해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모두 2차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어 북·미 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로 북·미가 상대방의 입장을 처음으로 직접 듣게 됐다”면서 “직접 대화의 물꼬가 터진 만큼 후속 협상에서 북·미 간 힘겨루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9일부터 시작될 북·미 실무 회담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미 실무 회담에서 비핵화 의제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김영철 회동’에서 북·미 모두 2차 정상회담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 실무 회담과 그 이후 있을 북·미 대화에서 양측이 어떤 접점을 찾는지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최종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