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90분 동안 면담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90분 동안 북한의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2월 말쯤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담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선 이번 면담을 “생산적(productive)”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북·미는 북한이 핵무기 시설을 포기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압박과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적인 면담’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2인자가 백악관을 방문한 상황에서 대북 제재 유지 입장을 밝힌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백악관 면담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부위원장은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미국의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우선’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백악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발표하지 못한 것은 북·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로이터통신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2웜 말 개최에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북·미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를 놓고 타협점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체제 유지의 유일한 안전판인 핵시설을 쉽게 폐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