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래피티가 발견됐다. 뱅크시가 직접 그린 그래피티가 맞다면 아시아에 있는 최초의 뱅크시 작품이다.
최근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지하철 히노데역 근처에서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래피티가 발견됐다. 쥐가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뱅크시는 과거부터 쥐를 그래피티 소재로 자주 이용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뱅크시의 기존 작품 ‘우산을 쓴 쥐’와 흡사하다.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래피티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도쿄 전역은 흥분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16일 해당 그래피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고이케 도지사는 “이건 뱅크시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귀여운 쥐 그림이 우리 도 내에 있었다. 도쿄에 대한 선물”이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당국은 그래피티 작가를 찾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인 코지 스기야마씨는 “뱅크시가 그린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뱅크시 작품에 관한 전문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밝혔다. 당국은 훼손을 우려해 해당 작품이 그려진 문을 떼어내 보관 중이다.
확인은 안됐지만 도쿄 그래피티는 뱅크시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뱅크시는 세계 곳곳에 그래피티를 그린 후 자신의 SNS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도쿄서 발견된 그래피티가 SNS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그의 홈페이지에는 해당 그래피티로 추정되는 작품이 이미 공개돼있다.
뱅크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그림의 좌우를 반전시키면 도쿄에서 발견된 그림과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작품 주변에 있는 볼트 역시 동일하게 위치해 있다. 그래피티가 언제 그려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뱅크시가 올린 사진과 비교했을 때 해당 작품은 그려진 지 수년이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뱅크시는 세계 곳곳의 담벼락에 풍자 그래피티를 그리는 영국 출신 얼굴 없는 예술가다.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거나 파괴하는 등의 기행으로 유명하다.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는 지난 10월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파운드(약 15억4000만원)에 낙찰되자마자 갈기갈기 찢기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후 뱅크시가 직접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해 작동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세계적 유명세를 탔다.
최근에는 영국 웨일스의 항구 도시 포트탤벗의 한 허름한 차고에 충격적인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16일 새롭게 발견된 벽화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맛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눈이 날아오는 곳을 따라 벽 모서리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연기를 내뿜고 있는 화염이 있다. 아이가 맛보고 있는 건 눈이 아닌 하얀 잿가루였다. 포트탤벗에는 영국 최대 철강공장인 ‘타타 철강(Tata Steel Plant)’이 입주해 있다. 뱅크시는 대기오염을 비판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