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쏠쏠해서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고요.”
최근 수협의 한 단위 지점에서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가입한 주부 A씨(41)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린 끝에 겨우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최고 연 5.7% 금리를 준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10만원씩 5년 간 불입하면 원금 600만원에 이자로 70만9590원을 준다. 세금우대를 받을 경우 82만7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A씨는 “오전과 오후에 각 20명씩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가족들까지 다 동원했었다”며 “요새 나오는 2% 중후반대 특판 예금 상품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 예·적금 상품의 이자가 높아지면서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대신 이자가 싼 요구불예금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갈 곳 없는 돈이 예·적금에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까지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94조54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쳤다. 2010년 3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요구불예금은 돈을 넣고 빼는 게 자유로운 대신 이자가 없거나 매우 낮은 예금을 말한다. 보통예금과 당좌예금, 가계종합예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요구불예금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던 2014년 3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매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수익률이 높은 투자 수단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거쳐 가는 용도로 활용돼서다. 2015년 기준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자 그해 3분기에는 요구불예금 증가율이 32.1%까지 치솟았다. 2000년대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부터 한 자릿수(8.0%)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1분기(6.2%)와 2분기(6.1%)에 이어 3분기까지 하강 곡선을 그렸다.
대신 예·적금 등 저축성 예금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금융권 저축성 예금 잔액은 1175조1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2015∼2017년 4, 5%대였지만 지난해부터 6%대를 나타내며 요구불예금과의 격차가 역전됐다.
은행들도 예금 확보를 위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은 예·적금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강화됐다. 최근 수협은 간편송금 업체 토스와 손을 잡고 스마트폰으로 가입 가능하고 최대 연 4.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대신 예·적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적금 상품 가입 시 금액을 나눠 장·단기로 넣어두는 것이 자금 활용성을 높이면서 비교적 높은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