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항공사를 이용해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 보안 검색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동안 북한 관리들은 미국 방문 시 중국 항공사를 이용했기 때문에 보안 검색을 그냥 통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보안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김 부위원장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은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5시30분쯤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3터미널 귀빈실에 도착해 6시38분 출발하는 유나이티드 항공 탑승을 위해 이동했다. 통상 북한 고위급 관리는 중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 이륙 직전에 도착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 항공사라는 점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 일행은 공항에서 승강이를 벌였다. 김 부위원장이 1차 정상회담을 위한 1차 북·미 고위급 회담 당시에는 중국 국제항공을 이용해 각별한 의전을 받았었지만 이번엔 미국 국적인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해 별다른 의전이 없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이 탑승구 게이트로 이동하자 보안 관계자가 이를 제지, 보안 검색을 요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 공항에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측 수행원들이 보안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한참의 신경전 끝에 양측은 소지품만 검사 받는 것으로 절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미 2차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이 보안 검색 등을 이유로 기를 죽이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18일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회동을 마친 뒤 백악관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