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보호해 달라”… 죽음 무릅쓰고 올린 트윗

입력 2019-01-17 18:25
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소녀 라하프 모하메드 알쿠눈(왼쪽)이 태국 이민국 관리와 얘기하고 있다. 가족의 학대를 피해 호주 망명을 원하는 알쿠눈은 가족과 함께 사우디에서 쿠웨이트로 여행 중 탈출했다. 하지만 경유지인 방콕에서 여권을 빼앗기고 억류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그는 사우디 정부의 압력으로 본국 가족에게 송환될 경우 극단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구명을 호소했다.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이 “아버지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강제 결혼을 피해 도망친 사우디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캐나다로 망명한 지 불과 며칠 만이다.

자신을 노주드 알만델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알쿠눈과 달리 사우디를 탈출하지 못했다며 아랍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불로 지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집을 벗어나 보호소에 수용돼 있다고 한다. 알만델은 다시 가정으로 끌려갈 것이 두렵다며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알쿠눈이 캐나다로 망명하는데 성공하면서 다른 사우디 여성들도 희망을 품게 됐다는 추측이 나오지만, 이들의 탈출 시도를 막는 요인은 여전히 강력하다.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힐 경우 가문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친척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사우디 여성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등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남자 가족이 여성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앞서 알쿠눈은 캐나다 망명을 승인받아 지난 12일(현지시간)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알쿠눈은 사우디 고위관료의 딸로, 지난 5일 가족과 함께 쿠웨이트에 머물던 중 호주로 망명하기 위해 방콕행 비행기에 혼자 올랐다. 강제 결혼을 종용하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알쿠눈은 방콕에서 경유편을 기다리던 중 태국 경찰과 대치하며 화제가 됐다. 그는 사우디로의 송환을 강하게 거부하며 “집에 돌아가게 되면 나는 죽는다”는 식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결국 세계 언론이 알쿠눈의 호소에 주목하면서 태국 정부는 그에게 일시 체류를 허용했다. 유엔난민기구가 9일 알쿠눈에게 망명 지위를 부여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그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알쿠눈은 “나는 운이 좋았다”며 “많은 사우디 여성은 탈출을 시도하다 불운하게도 실패해 실종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해에만 최소 577명의 사우디 여성이 탈출을 시도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탈출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