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 신인’ 황교안 전 총리에게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탄핵 책임론’ ‘병역 면제 이력’ 등 황 전 총리의 약점이 될 만한 부분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이려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를 향후 대권 도전 길목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홍 전 대표는 17일 오전 페이스 북에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는 글을 올렸다. 얼핏 황 전 총리의 입당을 환영하는 내용 같지만, 쥐의 일종인 레밍(lemming)이란 가시를 넣었다. 레밍 신드롬은 ‘남들이 하는 행태를 무작정 따라하는 집단행동 현상’을 뜻하는 말로, 황 전 총리를 향한 한국당 내의 줄서기 기류를 조롱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치고 빠지기를 하듯 글을 올린 지 1시간이 채 안 돼 레밍 신드롬이란 말을 삭제했다. 처음과 달리 ‘황교안 전 총리’라고 직책도 붙였다. “황교안 전 총리 입당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습니다.”
다만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장은 그대로 남겼다.
‘친박’ ‘탄핵’ 등 용어는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여야 정당들이 황 전 총리의 정계 입문을 비판할 때 공통적으로 등장했던 것들이다. 황 전 총리는 1980년 피부 질환인 ‘만성 담마진’ 진단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는데, 장관·총리 인사청문회 때 집중 타깃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홍 전 대표가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황 전 총리의 병역 면제 이력을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홍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이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 날 때가 됐다”는 글로 은근히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오는 30일 자서전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한국당 당권 도전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2·27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해도 두 사람은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생방송에서 “내 최종 목표는 나라 한번 운영하는 것”이라며 2022년 대선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