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언론 브리핑→무관초치’…치고 받는 한·일 레이더 갈등

입력 2019-01-17 17:52 수정 2019-01-17 18:12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지난달 20일 촬영한 광개토대왕함. 유튜브 캡처

국방부가 17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주한 일본무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전날 일본이 “한국이 싱가포르 회의와 관련해 ‘일본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잘못된 발표를 했다”면서 주일 한국대사관의 무관을 방위성으로 불러 항의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한·일 군 당국이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실무회의를 연 이후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주한 일본무관을 초치해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엄중 항의했다”며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 시 언급한 실무회의 내용 언급은 정확한 사실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매체가 양국 간 회의종료 전에는 보도치 않기로 한 사전합의를 어기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 방위성에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실무회의 내용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언론보도 엠바고 합의’까지 무시했다는 의미다. 지난 14일 열린 한·일 장성급 실무회의는 일본 측 의견을 받아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일본 NHK방송은 ‘실무회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 측에서 레이더 주파수 기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무회의 후에도 양측은 서로 다른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은 이번 사안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의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일부 데이터만을 얘기하면서 우리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에 대한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또 “이러한 요구는 대단히 무례한 요구”라며 “사안 해결의 의지가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측은 초계기에서 식별한 레이더 주파수 정보와 한국 함정의 레이더 정보를 맞교환하자는 요구를 한국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일본이 어떤 정보를 내놓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군사기밀인 우리 군함의 레이더 체계 정보를 전부 공개하라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영상. 일본 초계기 P-1(노란 원)이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저고도로 접근하는 장면이다. 국방부 영상 캡처

앞서 일본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북한 어선 구조활동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한국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대해 화기관제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했다”며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정상적인 작전활동”이라며 추적레이더(STIR)를 일본 초계기에 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일 양국 군 당국은 지난달 27일 실무급 화상회의를 열고 후속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일본은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일본어·영어판)을 공개하며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추적레이더를 맞았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본 주장을 반박하는 한국어·영어판 동영상을 지난 4일 공개했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아랍어, 일본어 자막을 입힌 동영상도 지난 7일 유튜브에 추가로 올렸다.

군 소식통은 “일본은 2013년에도 ‘중국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그때도 양국은 뚜렷한 결론을 못 내린 채 수개월간 공방만 이어갔는데, 이번 한·일 간 갈등도 잘잘못을 가리지 못한 상태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