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미군, IS에 의해 최악 피해…트럼프 격퇴 선언 후 오히려 활개

입력 2019-01-17 16:27 수정 2019-01-17 16:28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한 식당이 16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부서진 모습.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군 정찰대와 쿠르드 민병대를 대상으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국인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시리아 북부의 미군 거점 도시 만비즈에서 16일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등 미국인 4명이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미군 철군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군 철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만비즈 중심부의 한 식당 근처에서 자폭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테러로 숨진 미국인 4명 중 2명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 소속 군인으로 확인됐다. 중부사령부는 민간인 사망자 2명 중 1명은 미국 국방정보국 소속 군무원이었고 나머지 1명은 통역관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군 3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5년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였다.

수니파 무장조직 IS가 선전 매체 아마크를 통해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아마크에 올린 성명에서 폭탄 조끼를 입은 조직원이 식당 근처에서 미군과 쿠르드족 반군으로 구성된 정찰대를 향해 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격퇴했다고 선언한 IS가 미군에 최악의 피해를 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리아 내 IS 세력이 사실상 격퇴됐다며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IS는 철군 발표 이후 한 달간 미군을 대상으로 최소 6차례의 강력한 공격을 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IS는 시리아 동부 도시 하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IS에 맞서 싸우는 쿠르드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 대변인은 IS가 격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분노를 터뜨리며 “IS가 하루에도 300만 번씩은 공격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는 시리아 미군 철군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발언으로 인해 우리가 싸우고 있는 적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것 같다”며 “그들이 대담해질수록 우리 편은 불안정해진다. 난 이 현상을 이라크에서 봤고, 시리아에서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비극은 미국이 얼마나 전략도 계획도 없는지를 보여준다”며 “계획도 전략도 없는 급격한 철수는 우리의 군대를 더욱 위험에 처하게 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사망한 용감한 미국 영웅들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우리는 또한 공격 과정에서 다친 장병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며 “우리의 장병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해왔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6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IS는 격퇴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가 연설하기 30분 전 미군은 시리아에서 IS의 테러로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AP뉴시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처신도 논란이 됐다.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는 허물어졌고 ISIS(IS의 옛 이름)는 격퇴됐다”며 “최고통수권자의 리더십과 우리 군의 용기, 희생 덕분에 ISIS에 대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우리의 군대를 집으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미군 측이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후에 시작됐다. 하지만 IS가 격퇴됐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데다가 사건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논란이 일자 따로 성명을 내 사망 장병들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