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회복할 방법은 오직 승리뿐이다. 실낱같은 가능성이지만 16강으로 진출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북한 축구대표팀 얘기다.
북한은 앞선 두 경기에서 대패를 당했다. 현실적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이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 1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1시 레바논과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다른 조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
E조에서 이미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최종전에서 대결하는 북한과 레바논은 나란히 2패를 기록했다. 서로를 잡아야 최하위를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에 0대 4 대패를 당했고, 이어 13일 카타르에도 0대 6으로 무너졌다. 무려 두 경기 만에 무득점 10실점했다. 이번 대회 출전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실점을 내준 팀이 바로 북한이다. 엉성한 수비 조직이 북한의 약점으로 평가된다.
북한과 레바논의 경기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의 진출도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은 본선 진출 24개국을 6개 조로 나눠 1·2위가 16강으로 직행한다. 그렇게 12개국이 16강 토너먼트로 선착하면, 3위 6개국 중 성적이 좋은 4개국이 남은 자리를 채운다.
베트남은 1승 2패를 거두며 D조 3위를 기록, 16강을 자력으로 진출할 수 없다. 다만 다른 조 3위 가운데 어느 나라든 2개국보다 잘하면 16강으로 갈 수 있다. 이미 A조 3위 바레인(1승 1무 1패)과 C조 3위 키스기스스탄(1승 2패·골득실 0)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 E조와 F조 조별예선 최종전을 지켜봐야 한다.
만일 레바논이 4골 차 이상으로 북한을 꺾으면 골 득실에서 베트남보다 위에 올라선다. 북한이 앞서 보여준 초라한 수비력을 복기하면 4골 차 이상 패배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레바논의 목표는 단순한 승리뿐이 아니다. 16강 진출을 위해 다득점이 필요하다. 라인을 잔뜩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득실차 -10을 기록하고 있다.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9골 이상의 대승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북한이 다득점 원칙에 의거 16강 진출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한은 이 희박한 가능성을 놓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북한 대표팀 김영준 감독은 “레바논전은 다음 라운드로 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전 두 경기를 졌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