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선배들이 본 이승우 ‘물병킥’… 김병지 “안 차본 선수는 없어”

입력 2019-01-17 14:36
유튜브 채널 꽁지tv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물병을 찬 이승우의 행동을 전직 축구 국가대표 선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병지, 현영민, 김형범 등 전직 국가대표들은 17일 새벽 유튜브 채널 ‘꽁지tv’에서 이승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김민구 해설위원. 전직 야구 국가대표 박명환도 이 방송에 출연했다.

김민구 해설위원은 “이승우 선수가 후반전에 몸을 풀다 벤치에서 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받고 돌아오며 물병과 수건을 걷어찼다”며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비판을 넘어 비난까지 많은 상황이니 여기 계신 국가대표 출신 선배님들께 이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이 얘기를 먼저 하기 전에 ‘물병 한 번도 안 차본 사람 있냐’”고 물었고 곧 “아무도 없지 않냐. 다 차봤다. 안 차본 사람 거의 없다. 교체를 안 시켜줘서 그럴 수도 있고, 스스로한테 화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물병을 찬 이유는 본인만 안다. 찼다는 것에서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찬 동기에 대해선 여러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긴 분위기 속에서 ‘그러면 되냐’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모든 선수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영민은 “(이승우 선수의 행동은) 몸은 풀리고 화는 안 풀린 것이다. 본인이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한 것”이라며 “3차전이고 2-0으로 이기고 있는데, 여기서 본인들이 한 번 들어갔으면 하는 심리적인 부분을 승우가 좀 표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 모든 선수의 기용 여부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며 “승우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심정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대표팀 전체를 봐야 한다. 본인이 화를 내기 전에 훈련장에서 좀 더 두각을 나타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명환은 “문화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버르장머리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외국의 경우 자기가 스스로 화나서 물건을 던진다든지 이런 것들은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다”라며 “이승우 선수가 자기에게 화가 나서 표출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위원은 “이승우 선수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더 심한 장면들도 굉장히 자주 보긴 했었다”면서 “더 심한 행동을 저지르고 나서 감독과 잘 지내는 경우도 정말 많이 봤다. 한국과 유럽에서 모두 뛰어 본 현영민씨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현영민은 “우리나라는 수직, 유럽은 수평적 성향이다. 우리나라는 감독이 지적하면 ‘죄송하다’, ‘수정하겠다’한다”면서 “그러나 유럽은 ‘내가 판단해서 결정 내렸는데 왜?’ 이런 경우가 많다.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기장 안에서 그 상황에서 풀어버린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위원은 “그럼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이승우 선수는 의사 표현이나 표출에 대해 더 개방적일 수 있겠다”고 말했고 현영민은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니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고 답했다.

김 해설위원은 이어 김형범에게 “만약 같은 팀에서 후배가 그런 행동을 보였다면 선배로서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물었고 김형범은 “승우가 나이대별로 각급 대표를 다 지냈다. 당돌했고, 유망주였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축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보여줘야 할 행동과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범은 또 “유망주 때는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 승우는 유망주가 아니다”라며 “오늘과 같은 행동은 16~17세 유망주 시절의 모습이다. 이젠 그런 티는 벗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형범의 말을 듣던 김병지는 “오늘 일로 승우가 비난과 비판을 많이 받는데, 승우가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면서 “본인의 행동이 팀에 미치는 영향이나 자신에게 오는 비판을 스스로 볼 것이다.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현영민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 하는데, 일단은 내부 단속이 먼저 중요하다”며 “경기도 잘하고 팀도 좋고 여러 상황이 좋은 상황에서 이승우 선수에게 집중된 비난이나 비판 아니라 대표팀 선수 모두를 응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