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 이장’ 아시안컵 격전지서 낭패… 소속팀 계약 해지 요구

입력 2019-01-17 13:54 수정 2019-01-17 14:06
국민일보 DB

‘봉동 이장’ 최강희(사진) 중국 톈진 텐하이 감독이 지휘봉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팀에서 떠날 위기에 놓였다. 구단으로부터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16일 “톈진이 최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최 감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도중 톈진의 일방적 요구에 항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국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3연전에서 모두 이겨 승전보를 띄운 날, 최 감독은 같은 곳에서 비보를 접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같은 날 아부다비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중국을 2대 0으로 격파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10월 톈진과 연봉 800만 달러(약 90억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선수 차출에 막대한 권한과 지원, 코칭스태프를 함께 꾸릴 박건하·최성용·최은성 등에 대한 7억원의 연봉도 약속받았다.

하지만 구단의 모기업이던 취안젠그룹의 슈유후이 회장 등 기업 관계자 18명이 허위광고 혐의로 체포되면서 모든 상황은 급변했다. 취안젠 그룹에서 생산되는 건강 보조식품을 섭취한 여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취안젠그룹은 파산 위기까지 몰려 있다.

취안젠그룹은 톈진 구단 경영권을 포기했다. 경영권은 지방정부로 넘어갔다. 톈진시 체육국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단 명칭은 ‘톈진 취안젠’에서 ‘톈진 텐하이’로 변경됐다. 구단의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구단은 이 과정에서 최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의 파고에 함께 휩쓸린 셈이다. 중국 왕이스포츠는 “톈진 구단이 연봉을 8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약 22억원) 수준으로 낮추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최 감독은 전지훈련 중이던 아부다비를 벗어나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프로축구 K리그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지도자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간 전북 현대를 지휘하면서 리그 우승 6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이끌었다. 그의 별명 ‘봉동 이장’은 전북 구단의 훈련장이 있는 완주 봉동에서 응용돼 지어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