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는 동안 그의 왼쪽 팔은 1루 쪽을 향해 쭉 뻗었다. 특이한 투구 동작이 팬들의 모습 속에 각인됐다. 던지기 전 어깨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정용운(29)이다. 충암고를 졸업한 2009년 2차 2라운드 16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다. 입단 첫해 4게임에 나와 3.1이닝을 소화하면서 4실점 했다. 평균자책점은 10.80이나 됐다. 2010년에도 10경기에 나와 8이닝 동안 10실점(6자책점) 하며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1패를 떠안았다.
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여러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도 마쳤다. 140㎞를 넘지 않는 구속이 문제였다. 말 그대로 2군 붙박이 선수로 선수 생활이 끝나는 듯했다.
2016년 4월 1군의 부름을 받았다. 5년 만의 1군행이다. 1군에서 12경기에 나와 21.2이닝을 던졌다. 21실점(19자책점) 하며 평균자책점 7.89를 기록했다. 1패가 더해졌다.
그리고 2017년 시즌이다. 5월에서야 1군에 등록됐다. 주어진 임무는 좌완 불펜이었다. 그러나 6월 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대체 선발 투수로 투입됐다. 5이닝 2실점 했다. 데뷔 9년 만에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5게임을 던졌다. 59.1이닝을 던져 41실점(39자책점) 하며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도 출전해 2타자를 상대하며 0.1이닝을 막았다. 1볼넷 1삼진이었다. 연봉도 7500만원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해 선발로 시작했지만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등록 일수는 19일이었다. 3게임에 등판해 10이닝을 던졌다. 1승이 전부였다. KIA에서 10년 동안 남긴 기록은 54게임 출전에 102.1이닝을 던졌다. 4승 4패, 평균자책점 6.30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던 중 17일 LG 트윈스로 문선재(29)와 맞트레이드 됐다.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한 LG인 만큼 1군 생존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다만 떨어진 구속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또다시 불안한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