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가져다준 보상은 달콤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나서는 벤투호의 다음 경기는 22일. 승리 덕에 닷새간의 체력 보충 시간을 확보했다.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보다 이틀이나 시간을 더 번 것이다. 꿀맛 같은 휴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두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주장 손흥민을 선발출전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예상 밖이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뒤늦게 합류한 그의 실질적인 휴식시간은 하루 남짓. 게다가 14일 새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까지 풀타임 소화했다. 이후 곧바로 UAE 행 비행기에 탑승하며 빠듯한 강행군을 이어왔던 그였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 문제도 있으므로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손흥민 선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막대한 투자로 아시아 축구에서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반드시 꺾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 선발에 대해 “모든 감독은 당연히 훌륭한 선수를 쓰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손흥민은 경기장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선수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였고, 어젯밤에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다음 16강전 상대는 A·B·F조 3위 팀 가운데 하나다. A와 B조에선 각각 바레인과 팔레스타인이 3위를 확정했고, F조는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6개 조 3위 가운데 상위 4팀이 16강에 진출하기 때문에 한국의 16강 상대는 F조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많은 팬이 손흥민의 체력 안배 문제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59년 만의 정상 탈환을 위해 벤투 감독이 고민해야 할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아시안컵 합류 직전까지 3~4일 간격으로 15경기 모두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손흥민은 이 중 13경기를 선발로 출전해 평균 70여 분가량을 소화했다. 그의 체력에 대해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은 닷새간의 휴식은 선수들이 따낸 승리의 보상과 같다. 손흥민을 비롯해 결승까지 숨 가쁜 일정을 앞둔 선수단 모두에게 귀중한 휴식이다. 남은 닷새를 5주처럼 활용해야 한다. 그들의 중요한 숨 고르기가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