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성분이라는 점을 내세워 염색 시술을 하는 일명 ‘헤나방’이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종 부작용과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헤나 염모제로 머리 염색을 했다가 피부가 시커멓게 변해 고통을 받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제조사들의 적반하장 태도다. 보상은커녕 오히려 꽃뱀 취급했다는 피해자 증언이 나와 대중들을 공분시켰다. 때문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헤나 염색’이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정부가 헤나방을 포함한 피해 실태와 허위 광고 등을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일부 헤나방에서 염색 후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유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헤나는 인도 네팔 등에서 자라는 열대성 식물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로 일반 염모제와 달리 천연 재료라는 점을 내세워 안전하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4건이던 헤나 염색약 부작용 신고 건수가 지난해 62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일부 헤나방에서 짙고 빠른 염색을 위해 천연 헤나 가루뿐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인 공업용 착색제(파라페닐렌디아민)나 로우손, 또 다른 식물성 염료(인디고페라엽가루 등)를 첨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얼굴이 까맣게 착색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MBN에 지난해 2월 미용실에서 헤나 염색을 했다가 피부가 시커멓게 변해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소비자는 “1년간 피부염 치료비에 1700만원을 들였지만 아직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얼굴도 가렵고 무덤에서 나온 사람처럼 흙빛이니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소비자는 진단서까지 발급 받았지만 제조업체는 제대로 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레이저 한 번 하면 30만원인데 수도 없이 해야 한다”며 “보상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분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헤나 업체와 겨우 연락이 됐지만 독한 말만 골라가며 꽃뱀 취급을 했다”며 “전국에서 자기 제품으로 인해서 항의 전화 온 사람 한 명도 없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대표적인 헤나방 운영 업체인 지쿱헤나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며 퀸즈헤나는 ‘고객이 패치 테스트를 받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관련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가 일제점검에 나섰다. 복지부는 무면허 염색 시술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며 식약처는 ‘100% 천연’이라는 헤나방의 홍보가 허위‧과장광고인지 점검한다. 공정위도 헤나 염색제의 반품 및 환불 등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조사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