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태국이 대기질 개선을 위해 인공강우를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16일 태국 당국이 전날 저녁부터 방콕 및 인근 지역 상공에 인공강우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작업은 최소 18일까지 진행된다.
인공강우는 비구름에 화학물질(구름씨)을 뿌려 물방울을 응결시킨 뒤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래 구름 속에 있던 수분을 원하는 시기에 비로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인공강우 조치 후 오후 3시(현지시간) 방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50㎍/㎥ 안팎까지 떨어졌다. 최근 방콕 및 인근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당 70~100㎍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25㎍/㎥를 훨씬 웃돌았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비상이 걸린 우리나라는 왜 인공강우를 시도하지 않는 걸까. 한반도의 기후조건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국은 열대지방이라 비구름이 잘 형성된다. 인공강우를 실시할 경우 쉽게 강한 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겨울철 기후는 북극한파가 강풍을 동반해 밀려왔다가 중국 및 서해안 일대에 온난고기압 기단이 접근하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거 넘어온다. 이때 서해안 일대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인공강우를 실시한다 해도 비를 만들 구름이 없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2017년에는 경기도와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9차례에 걸쳐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린 비의 양이 턱없이 적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던 데다 기술 자체의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편 한파에 잠시 주춤했던 미세먼지 농도는 17일 기온이 오르면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 정체와 중국발 스모그 유입으로 오후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