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었는데 어디 멀리 도망갈 수 있겠는가”라며 “때가 되면 당에서 험지를 출마해달라든가, 당이 여러 난관에 봉착했을 때 역할을 해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달여 남은 비대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한국당과 끈을 이어가면서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나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직업정치인’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당에 몸을 담았기 때문에 당이 어떻게든 제대로 된 대안 정당으로 자리 잡고, 국민께 희망을 주도록 하는 데 무슨 일이든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게 대표직일지, 또 다른 직일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도 “나라와 정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고민만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당 구원투수로 영입된 후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언급을 피해온 그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으로 평가된다. 당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지역명과 함께 김 위원장이 총선 출마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주변에서 출마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차기 당대표의 역할에 대해서 “개혁과 혁신을 하면서 동시에 분열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누가 대표가 되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 그는 “대여 투쟁이나 정부에 대해 따가운 얘기를 하면서 대안도 내놔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제 경험으로 얘기하면 우선 분명한 철학과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 연찬회가 열린 경기도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도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심판이 뛰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게 원칙이다. 안 뛰어야 한다”면서도 “일단은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좀 더 두고 보자”고 답했다. 주위에서 ‘당대표 출마 권유가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부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