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미혼 여성이 서울은 100명 중 3명에 그친 반면 베이징은 6배 많은 100명 중 19명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6일 서울과 베이징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결혼 의향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411명, 베이징 413명이 답변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서울의 경우 2.9%, 베이징은 19.4%였다.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까지 합하면 결혼에 대해 서울은 19.2%, 베이징은 40.9%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양국 모두 가장 많이 한 응답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였다. 서울 66.7%, 베이징 39.5%가 이렇게 답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는 양국 모두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가 37.3%(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2위 답변부터는 양국이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은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라서’가 21.2%, ‘결혼제도가 남편 집안 중심이기 때문에’가 18.0%로 뒤를 이었다. 반면 베이징은 ‘결혼 후 생활지출 비용이 커져서’(20.8%), ‘결혼생활과 직장 일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19.1%) 순서였다.
다만 양국 모두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서울은 41.1%, 베이징은 49.4%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베이징의 경우에는 경제적 문제나 일·가정 양립을 든 반면, 서울은 가부장적인 결혼제도를 지적한 답변이 세 번째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베이징과 달리, 한국 여성들이 불만으로 생각하는 가부장적 결혼제도의 문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한·중 양국의 인구정책의 역사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과 베이징 미혼 여성의 결혼관을 조사했다. 현재는 양국 모두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7일 오후 2시 ‘중국의 인구정책 변화와 한·중 미혼여성의 결혼 및 출산 가치관 비교’ 학술포럼을 연다.
이슬비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