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가본 적 없다” 징역 7년 구형된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의 말

입력 2019-01-16 15:43 수정 2019-01-16 15:54


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병보석 기간 도중 음주와 흡연을 하다 ‘황제 보석’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전 회장은 지난달 보석이 취소돼 7년 9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특경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 재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인 피고인과 모친이 장기간 회계조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오너일가가 이를 차명계좌 채권으로 관리하며 조세포탈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중요 범행을 부인하고 모친이나 다른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황제 보석’ 논란에 대해서도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혐의가 있는데도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아 스스로 자중하고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함에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사회에 큰 물의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제가 반성 없이 음주가무만 하고 돌아다녔다는데 병원에서 몇 년을 갇혀있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집을 왔다갔다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다. 술집에 가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다만 “태광에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쳤다”며 “태광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 없이 대리점에 섬유제품을 판매하는 ‘무자료 거래’를 하고 가족과 직원 급여를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등 회삿돈 약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식과 골프연습장을 저가에 인수하는 등 그룹에 9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법인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런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지만 실제 수감기간은 63일에 그쳤다. 같은 해 3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결정을 받아 풀려났기 때문이다. 2012년 6월에는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벌금만 1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재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두번째 2심은 징역 3년 6개월,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는 취지로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이 전 회장은 세번째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장기간 병보석 상태인 이 전 회장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으며, 자택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한 병보석 규정을 어겼다는 보도가 나와 ‘황제 보석’이란 비판이 확산됐다. 법원이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전 회장은 지난달 14일 2359일만에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