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45년 만에 공장이전 첫발 딛어

입력 2019-01-16 15:09 수정 2019-01-16 15:10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45년 만에 ‘빛그린 산단’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기 위한 첫발을 뗐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 여부를 두고 노사가 불협화음을 빚어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미래에셋대우는 16일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을 위한 공동실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용섭 광주시장, 전대진 금호타이어 부사장, 조삼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 미래에셋대우 봉원석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미래에셋은 생산시설이 낡고 노후된 현 소촌동 광주공장과 시설 부지의 가치 등을 조사·평가해 향후 활용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협약은 중국 더블스타를 대주주로 받아들이는 등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온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의 청신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노사는 협약을 통해 독립경영과 경영정상화, 고용안정 보장, 신규고용 창출, 지역사회 기여라는 공동 목표를 실천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지속발전을 위해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노사는 TF(task force)팀을 구성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공동 모색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노사는 근로자들이 존중받고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기 위해 상호 협력하고 지역경제 발전의 주춧돌을 놓는 데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미래에셋은 협약에 따라 광주송정역과 인접한 현재 금호타이어 공장부지 개발과 이전을 위한 도시계획 변경 타당성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광주공장 이전의 선행 과제인 현 공장부지에 대한 개발행위를 전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협약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광주형 일자리와는 연계하지 말라”는 금호타이어 노조 측의 강한 반발로 40여분간 파행을 빚었다.

협약식에 앞서 광주시청 접견실에서 이용섭 시장과 환담을 나누던 노조 관계자들은 광주공장 이전은 광주형 일자리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협약내용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광주시는 노조 측 요구에 따라 이미 준비한 협약서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행사장에 걸어둔 현수막도 철거하는 진통을 겪었다. 노조 관계자 2명은 급기야 협약식 참석을 거부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노조 측의 이의제기로 협약식은 예정보다 40여분 늦게 열렸다. 협약내용도 ‘반쪽 협약’에 그쳐 빛을 바랬다.

광주형 일자리 연계여부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이전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광산구는 그동안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를 송정역세권에 포함시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수차례 밝혀왔다.

광주공장은 부지 면적이 39만6694㎡(약 12만평)으로 광주시와 광산구의 ‘지역경제 거점형 KTX투자선도지구’ 개발구역과 맞닿아있다.

시와 광산구는 LH와 손잡고 광주송정역 인근에 4100억 원을 투자해 산업시설 연구용지 주거단지 상업용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한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이 이전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고속철 개통 이후 ‘KTX 투자 선도지구사업’ 지정, 선운 2지구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광주공장 일대는 수년사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송정역 앞 상업지역 땅값은 3.3㎡당 1400만~1500만원이던 호가가 올 들어 3000만~3500만원으로 배 이상 껑충 뛰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서도 광주송정역 일대는 지난해보다 평균 22%가 상승, 광산구 평균 인상률(10.3% 인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1960년 삼양타이어로 창업한 금호타이어는 1974년 소촌동 현 광주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광주공장이 빛그린 산단으로 이전하면 금호타이어는 45년 만에 소촌동 시대를 접게 된다.

지난해 한 컨설팅 업체의 용역결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1조9400억원의 자산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39만㎡(12만평)인 광주공장 부지는 ㎡당 최소한 500만원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비해 공장 이전 비용은 1조4000억원대로 광주공장 이전에 따른 예상 시세차익은 최소 5000억대로 전망되고 있다.

광산구 부동산 전문가는 “용도변경을 거치면 공장부지의 가치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지난 4일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한 ‘KTX 투자 선도지구사업’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기존 부지를 포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지로 유력한 빛그린 산단은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위치해있다. 2009년부터 LH가 조성 중으로 407만1539㎡에 총 사업비 6059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빛그린 산단은 광주시와 현대차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과 광주형 일자리 실현의 첫 무대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