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악영향, 여성이 더 취약…우울증 위험 2.2배↑

입력 2019-01-16 11:12

판매 서비스직 근로자 겪는 감정 노동은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감정노동을 경험한 여성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여성 근로자에 비해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2배 높았다.

고려대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한창수·한규만 교수팀은 2007~2009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4기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논문에서 서비스·판매직 종사자에서 감정노동과 우울증상 간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19세 이상 서비스·판매직 근로자 2055명(여성1236명, 남성 819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해 동안 우울증상 (일상 생활에 지장을 일으킬만한 수준으로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해 봤는 지를 조사했다. 국내 서비스·판매직 근로자의 13.9%가 지난 한해 동안 우울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감정노동 여부는 직업 환경을 묻는 설문지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되는지 묻는 질문에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근로자를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것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전체 근로자의 42.8%(879명)가 감정노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을 경험한 근로자의 18.5%에서 우울증상을 경험한 반면,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은 근로자 중에서는 10.4%만이 우울증상을 경험했다.

성별로는 감정노동을 경험한 여성 근로자는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에 비해 우울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19배 증가했다. 반면 남성 근로자의 경우, 감정노동 여부가 우울증상의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감정노동이 우울증상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름을 시사한다.
또 감정노동은 여성과 남성 근로자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위험을 각각 6.45배, 6.28배 증가시켰다.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과의 상호작용도 살펴봤다. 남성 노동자의 경우 감정노동을 경험한 동시에 직무 자율성이 낮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만 우울 증상 위험이 2.85배 증가했으며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반면, 높은 직무 자율성을 갖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우울증상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여성의 경우에는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 간의 상호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남성 근로자의 경우, 높은 직무 자율성이 우울증상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한창수 교수는 16일 “이번 연구를 통해 최전선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판매직 근로자들이 경험하는 감정노동이 우울 증상의 위험을 명백히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우울증 발생의 위험으로부터 취약함을 말해준다”면서 “기업이나 정신보건 정책 입안자들은 서비스 및 판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 경험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지난해 9월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