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부결됐다. 반대표가 찬성표를 230표 차이로 압도했다. 영국 의정 사상 최다 표차의 부결 기록. 100표차 이상의 부결만 해도 95년 만의 일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와 집권 보수당은 엄청난 표 차이의 무게감에 짓눌리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에서 상정된 안건이 의회에서 230표 차이로 부결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부결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상됐고 200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정작 개표 결과에서 반대 432표·찬성 202표로 집계되자 영국 전역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 100표차 부결 기록은 1924년 램지 맥도널드 당시 총리의 노동당 정부에서 기록됐다. 맥도널드 내각의 안건은 의회에서 166표, 161표, 140표 차이로 연달아 부결됐다. 맥도널드 총리는 집권 9개월 만인 그해 의회에서 불신임을 당해 물러났다. 다만 당시의 노동당 의석수는 전체 615석의 25%도 되지 않는 151석이었다.
현재 메이 내각의 상황은 95년 전과 맥도널드 내각과 다르다. 보수당과 연정 협력자인 민주연합당(DUP)의 의석수는 전체(650석)의 과반을 넘는 325석이다. 230표 차이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주도한 보수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보수당 의원 317명 중 11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은 곧 메이 총리의 책임론으로 확산될 수 있다. 메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16일 오후 7시(한국시간 17일 오전 4시)쯤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실각 가능성은 높지 않게 전망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노동당의 승리를 바라지 않는 보수당의 표가 집결하면 메이 총리의 정치적 생명력은 연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