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뒤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공기질이 좋지 않았지만, 기업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산책 도중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도 한번 와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로 공장이나 연구소를 지으면 얼마든지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다”고 농담을 했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못하고 있다. 그냥 포기했다”며 웃었다. 서 회장은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며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서 회장은 또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 규모인데, 한국은 10조원 정도밖에 못하고 있다”며 “삼성 등과 함께하면 몇 백조는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수 인재가 의대와 약대로 몰려 우려가 컸는데 이들이 바이오 의약산업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다.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도 화제가 됐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과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 다만 미세먼지 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불로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이어진 25분간의 산책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도 동행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