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눈물의 억대 연봉’ 정영일, 혹사 딛고 ‘Mr.제로’ 우뚝

입력 2019-01-15 16:53 수정 2019-01-15 17:03

SK 와이번스 정영일(31)은 광주 진흥고 시절 고교 최대어로 꼽혔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많은 공을 던져 혹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구 경기가 즐비했다. 당시 눈물로 호소했던 이도 많았다. 2007년 KIA 타이거즈가 1차 지명했지만, 정영일은 미국행을 선택했다. LA 에인절스와 11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미국 진출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2008년에는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결국, 2011년 방출 수순을 밟았다. 귀국 후 상무와 경찰야구단 입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고양 원더스에 입단한 뒤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3년 진행된 신인 2차 드래프트에 지원했다. 2년 유예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SK 와이번스가 그를 5라운드 53순위로 지명했다. 해외파이기에 계약금은 없었다. 2014년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2016년 드디어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21경기에 나와 1승 1홀드를 챙겼다. 24.2이닝 동안 13실점 하며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별반 좋아지진 않았다. 9경기에 나와 8이닝만을 소화하며 12실점(9자책점) 하며 평균자책점 10.13을 기록했다.

2018년은 정영일에겐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51경기에 출전해 48이닝을 책임졌다. 3승 13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그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발휘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 출전했다. 2.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1홀드를 올렸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는 5경기나 출전했다. 6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1세이브를 올렸다. 포스트시즌 미스터 제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정영일은 연봉 협상에서 1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3000만원에서 무려 233.3%가 인상된 금액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늦은 억대 진입일 수 있다. 그러나 정영일의 한국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일는지 모른다. 과거 윽박지르기만 했던 투수가 아닌 노련미까지 갖춘 투수로 거듭나고 있는 정영일이기에 올해가 더욱 기대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