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중 107명이 ‘가짜해녀’... 마을주민들 눈먼 돈 받으려 공모하다 입건

입력 2019-01-15 13:36 수정 2019-01-15 16:23
‘가짜 해녀’ 행세하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보상금을 받은 어촌마을 주민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15일 조업실적을 허위로 꾸며 각종 해상공사의 피해보상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사기)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한 어촌마을 어촌계장 A씨(62)와 전 이장 B씨(60), 전 한수원 보상담당자 C씨(62)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가짜 조업실적으로 나잠어업(해녀) 피해보상금 14억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마을 주민 1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 3명은 2016년 초 3년(2011∼2013년)간의 나잠어업 조업 실적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고리원전 온배수, 울산신항 공사 등과 관련한 피해보상금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그 대가로 조업실적별 등급에 따라 주민 1명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돈을 받았다.

당시 울주군 서생면 일대 어촌은 모두 어업 피해 보상금 수령을 위해 조업 실적 자료를 제출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작업 능력에 따라 A~E까지 5등급으로 나눠 해녀들의 개인 수산물 채취량 또한 달리 기재하는 등 치밀하게 조업 실적 자료를 작성했다.

해경 수사 결과 이 마을에는 나잠어업권자가 130여명에 달했지만 107명이 가짜 해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남자가 51명이다.

가짜 해녀 중에는 PC방 사장, 체육관 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비원 등은 물론 걷지 못하는 89세 할머니와 말기 암환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신고증을 발급받아 해녀가 되고, 이를 근거로 어업피해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나잠어업 보상금은 어업피해 조사기관이 어업신고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보상등급과 피해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감정평가기관이 보상금을 개별 산정해 지급한다.

보상금은 등급별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최대 4600만원까지다. 이 중 체육관 관장은 500만원, 말기 암환자는 25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엉터리 어업피해조사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공사시행처에 피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로 한 대학교수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마을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45명에게 7억여원의 보상금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계속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세금인 보상금이 허술하게 지급되는 것을 막고, 어촌마을에 만연한 어업피해 보상금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