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투표를 목전에 두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마지막 읍소에 나섰다. 영국 현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표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14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역사가 써질 때 국민들은 하원의 결정을 보고 여러 질문을 할 것이다”며 “EU를 떠나고자 하는 국민투표의 결과를 이행했는지, 영국의 경제·안보와 연합들을 지켜냈는지, 국민들을 실망시켰는지 말이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는 15일 오후 7시(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4시)에 진행된다.
이어 그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것)는 영국을 분열시킨다”며 “합의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투표가 부결되면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3월 29일인 브렉시트 발효 시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설에서는 합의안의 최대 쟁점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도 언급됐다. 백스톱이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 및 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 향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다.
메이 총리는 “2020년 말까지 영국과 EU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절대적 확신이 있다. 이는 백스톱이 실행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EU 지도부도 “EU는 백스톱 실행을 원하지 않는다”며 “백스톱이 적용되더라도 빨리 종료 시키겠다”고 서한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승인투표의 부결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내 유럽통합 반대론자들은 합의안이 100표 이상의 차이로 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제1야당인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 총리가 들고 온 합의안이 큰 표 차이로 부결된다면 향후 그의 정치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전망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 불신임안까지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코빈 대표는 “머지 않아 메이 총리는 ‘굴욕적 패배’와 마주할 것”이라며 “그는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