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의 한글 사랑은 엔딩 크레디트에서마저 묻어난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다. 지난 9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가 특이한 건 상영이 끝나고 난 뒤에도 관객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화가 전하는 긴 여운,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 때문이다.
‘말모이’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오로지 한글만이 사용됐다. 마치 목숨을 걸고서라도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영화 속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모습을 똑 닮았다.
이를테면 촬영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스크립터’를 ‘기록’으로, 시각효과 ‘3D’는 ‘쓰리디’로 바꾸는 식이었다. 각 부서의 영어 표현을 한글로 표기한 건 물론 배우들의 소속사와 영화 작업을 함께한 회사의 영어 명칭까지 모두 한글로 표기했다.
‘말모이’는 촬영 현장에서부터 우리말을 향한 남다른 마음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콘티북’은 ‘그림책’으로, ‘파이팅’은 ‘힘내자’라는 말로 바꿔 사용했다.
‘말모이’는 공감 어린 웃음과 묵직한 울림, 배우들의 진정어린 연기로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유해진과 윤계상을 비롯해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