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 분수 사랑의 동전, 4월부터 재정난 처한 로마시의 예산으로

입력 2019-01-14 20:31
지난 2017년 6월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앞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모습. AP뉴시스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명소 트레비 분수에 동전 2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1950년대 영화 ‘애천(愛泉·Three coins in the fountain)’에서 로마에 온 세 명의 미국 여성들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로마에 다시 올 것과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 기적을 바라는 장면에서 유래됐다.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든 이 동전들은 오는 4월부터 로마시의 재산이 된다.

재정난에 빠진 로마시가 트레비 분수에 던져지는 연간 150만유로(약 19억3000만원)의 동전들을 4월부터 시 예산으로 귀속시킬 예정이라고 BBC방송이 14일 보도했다. 매일 4000유로(약 500만원)가 모이는 이 동전들은 2001년부터 로마 가톨릭계에 기부됐었다. 로맨틱한 마음이 담긴 세계 각국 동전들을 두고 시 당국과 가톨릭계가 갈등을 빚게 됐다.

그동안 이 동전은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게 돌아가 노숙자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였다. 가톨릭계 신문 아베니레는 지난 주말 “로마시가 빈곤층의 돈을 빼앗는 것”이라며 “시 당국의 행정이 가난한 자들의 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카리타스를 이끌고 있는 베노니 암바루스 신부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 당국의 발표가 최종 결정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애천(Three coins in the fountain)'의 포스터

이탈리아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을 중심으로 한 로마 시의회는 지난 2017년 말부터 트레비 분수의 동전 귀속 방안을 추진해지만, 번번이 가톨릭계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을 미뤄왔다. 하지만 로마시의 재정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자 최근 시의회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시는 동전을 문화재 보존이나 사회복지제도 운영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오성운동 소속 시장인 비르지니아 라지(40)에 대한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로마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인 라지는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지만, 취임 이후 로마는 쓰레기 수거 문제와 교통난 등으로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