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복합쇼핑몰, 미세먼지에 반짝 특수…시민들 “미세먼지 피해 찾았다”

입력 2019-01-14 18:48
사진=뉴시스

직장인 김동한(33)씨는 지난 13일 연인과 함께 서울 은평구의 한 복합쇼핑몰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올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동물원에서 복합쇼핑몰로 데이트장소를 바꿨다.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이 연일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외 활동이 어려워지자 걱정 없이 가족 또는 연인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지난 주말 동안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4.7% 늘었다. 롯데백화점 5.7%, 신세계백화점 3.2%, 현대백화점 5.2%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4일 “평소 주말보다 주차 대기시간이 10~20분 정도 더 걸렸다”며 “특히 부모와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키즈 카페의 대기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이하) 농도가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이날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미세먼지를 피해 온 고객들로 가득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는 “친구들과 함께 춘천에 가려고 했는데 강원도도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뉴스를 보고는 다음에 가기로 했다”며 “백화점에서는 미세먼지 신경 쓰지 않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양모(22)씨도 여자친구와 함께 백화점을 찾았다. 양씨는 “평소에는 백화점에 잘 오지 않지만 오늘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초미세먼지 최고값은 경기도 248㎍/㎥, 서울 176㎍/㎥, 강원도 177㎍/㎥, 충남 176㎍/㎥, 충북 171㎍/㎥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76㎍/㎥ 이상일 경우 ‘매우 나쁨’ 등급으로 분류된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오프라인에서 마스크는 물론 공기정화 식물, 아이패치, 코 세척기 등 관련 이색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G마켓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제품 판매율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황사·독감마스크는 79%, 산세베리아 등이 담긴 미니화분은 70%, 아이패치와 코 세척기 등 호흡기 건강용품은 각각 222%, 42% 더 판매됐다. G마켓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이 찾는 미세먼지 관련 상품이 마스크나 공기청정기였다면 최근에는 눈이나 호흡기와 관련된 상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관련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에서 황사마스크와 손 소독제(손세정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0%, 38% 늘었다. 롯데마트가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공기정화 식물, 숯, 손소독제 등의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10.9%, 55.9%, 25.4% 성장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마스크 판매량은 전주 대비 793.1% 급증했다.

한편 기상청은 미세먼지가 15일 낮까지 기승을 부리다 점차 완화될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