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은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에 정상을 탈환할 정예요원으로 낙점됐다. 합류 과정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9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1기 명단에 포함되며 최전방에서 황의조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적임자로 선택받았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동원은 당시 A매치 복귀 후 곧바로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세리머니 도중 무릎 인대 손상을 당했다. 허무한 부상으로 모처럼 이어간 상승세가 꺾인 채 그로부터 2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에만 힘썼다. 자연스레 소속팀에서 입지 역시 대폭 좁아졌고, 대표팀에선 황의조가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첫 번째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석현준이라는 또 다른 경쟁자까지 생겨났다.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황의조를 뒷받침할 두 번째 옵션으로 석현준과 지동원이 떠올랐다. 11월 A매치까지 중용 받으며 호흡을 맞춘 석현준이 우선 선발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석현준은 지동원이 없는 동안 A매치 4경기를 뛰며 득점까지 맛봤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동원을 포함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명단을 발표하며 지동원에 대해 “9월 A매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복귀 이후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오래 경기에 뛰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지켜본 결과 대표팀 스타일에 적응한 선수라 생각해서 뽑았다. 황의조와 다른 유형의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록 그가 벤투 감독에게 보여줄 기회는 지난해 9월 A매치가 전부였지만, 훈련과정이나 전술적 움직임을 소화하는 데 있어서 석현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뜻이다. 석현준의 탈락에 대해선 “지동원이 팀플레이에 좀 더 적합하다”고 짧게 말했다. 석현준 탈락은 골문 앞 제공권 싸움에서 득점을 노리겠다는 하나의 공격루트를 포기한 셈이기도 하다. 지동원 역시 188cm로 장신의 키를 가지고 있으나 좌우 측면에 있는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능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 타깃형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멀다.
지동원은 아직 그러한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조별리그 2차전이었던 11일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1대 0승)에서 오랜만에 벤투호 복귀전을 치렀으나 몸이 무거워 보였다. 득점보다는 동료들에게 공격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뛰며 제한된 기회만 받았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실망스러웠다. 1점 차 리드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지동원에게 기대한 것은 황의조의 체력 안배와 더불어 ‘쐐기골’이었을 테다.
지동원은 이날 키르기스스탄전을 통해 A매치 통산 50경기(11골)를 치렀다. 대표팀에서도 선임급에 속한다. 베테랑 공격수로서 석현준을 밀어낼 수 있었던 이유를 증명할 때다. 대회 후에도 A대표팀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싶다면 현재의 활약으로는 부족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