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에게 폭행당해 숨진 필리핀 이주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13일 뒤늦게 전해졌다. MBC는 숨진 여성이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남 양산에 거주하던 이 여성은 지난달 9일 남편에게 당한 폭행으로 인해 사망했다. 남편은 부부싸움 중 일어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은 2011년 남편과 결혼한 뒤 한국에 왔다고 한다. 남편과는 나이 차이가 스무 살 넘게 났다. 남편의 건강이 안 좋은 탓에 여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고 MBC는 전했다. 한 달에 12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유족이 딸의 장례만이라도 치러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 공공기관과 시민단체가 성금을 모았다. 숨진 여성의 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조차 없었다. 여성의 시신은 필리핀으로 운구됐고,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날 고향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여성은 한국에서 7년이나 거주했지만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있는 가족도 여성의 결혼생활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쟈클린 필리핀공동체 대표는 “친정 한번 가보지 못하고 추운 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안 된 집에서 살해당한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