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폴란드에 ‘미국의 앞잡이’ 비난…폴란드는 ‘화웨이 제품 배제’ 거론

입력 2019-01-14 16:07

폴란드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간부를 스파이 혐의 체포하자 중국 매체가 폴란드 정부를 ‘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국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캐나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가 중국의 보복을 당하는 상황이 폴란드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는 그러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까지 거론하는 등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폴란드가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한다’는 제목의 사평을 통해 화웨이 직원의 체포를 맹비난했다. 신문은 “지난주 폴란드 정보기관이 트위터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이 리트윗을 했다”며 “이는 화웨이 간부 체포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증명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폴란드는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면서도 미국을 도움으로써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에 가까워지려 한다”며 “나토와 EU는 지금까지 단체로 나서 특정 기업을 압박하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화웨이를 축출하려는 것은 미국의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또 “유럽 국가들의 4G망의 대부분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만, 화웨이 장비가 유럽 국가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폴란드는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미군의 자국내 주둔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폴란드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번 체포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앞서 캐나다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가 보석으로 풀어줬으나 캐나다인 2명이 중국 당국에 구금되는 등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에 구금된 2명의 캐나다인 가운데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브릭이 외교부 직원 신분임을 들어 중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브릭은 비정부 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 소속이지만 중국 주재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1년여 전부터 외교부를 휴직한 상태여서 법규상 외교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도 총리는 “불행히도 중국은 부당하고 무도하게 캐나다 국민 2명을 구금했다”며 “특히 한 명의 경우는 외교관 면책특권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화웨이 간부 직원 체포에 그치지 않고 화웨이 제품에 대한 금지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의 한 사이버보안 당국자는 “공공기관에 대해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나아가 폴란드 정부가 화웨이 제품 금지 조치를 위한 입법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민간 기업 등에 어느 IT기업의 제품 사용을 중단토록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이를 위한 법률 개정 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요아힘 브루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전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시장 진출을 배제할지 여부에 대해 공동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