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은 현실이다… “지옥 같다”며 잠적한 의대생 이야기

입력 2019-01-14 15:48 수정 2019-01-14 16:25

대학입시 준비 기간이 지옥 같았다며 잠적한 의대생 이야기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현실판이라 불리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대학병원 의사, 판·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 등이 모여 사는 유럽풍 4층 석조저택 단지를 배경으로 한다. 자기 자식을 천하제일로 키워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전쟁에 뛰어드는 부모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매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전개가 이어져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공감하는 쪽이 더 많다.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하나씩 모아놓은 드라마”라며 “극 중 영재처럼 자신의 어머니에게 ‘찾지 말라’며 잠적한 의대생이 있다”고 전했다.

영재(송건희)는 스카이 캐슬에서도 유독 공부를 잘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그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이웃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합격증을 손에 쥔 영재의 부모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 하지만 곧 행복은 산산이 조각났다. 영재는 입학 직전 “차라리 날 죽여주지” 등의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 했던 부모가 가장 행복해할 순간에 아들인 영재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했다.


이 대표는 당사자의 허락을 받은 이야기라며 충격적인 사례를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의과 대학에 입학해 인턴까지 마친 남성이 어느 날 공중전화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더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제발 찾지 말아달라”고 통보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 남성은 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을 세 번이나 쳤다. 어머니는 그가 자는 방에 들어와 매일 108배를 했다. 그는 마침내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의대에 들어가 인턴까지 수료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잃었다. 그가 잠적한 뒤 어머니는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자주 가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는 부모의 욕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은 부모”라며 “학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현실적인지보다 부모의 욕망이 얼마나 극악한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글도 모르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책 읽어주고 영어 비디오 틀어주는 게 한국 부모들”이라며 “아이들은 (부모의 이런 행동들이) 본인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실제로 ‘부모님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해결책은 부모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깨우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이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욕망의 본질을 알고, 그 욕망을 스스로 실현시켜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묻지 말고 부모 스스로가 ‘내 꿈은 뭐지’라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임금구조·복지제도 등 사회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며 “사유화된 부모들의 욕망을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쏟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